
요즘 마케팅을 하루종일 공부하다보니 평소에 인지도 못하고 지나쳤던 모든 브랜드들을 분석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도 빠짐 없이 쥐도새도 모르게 나를 마케팅 했던 것들이었다.
오늘도 저녁에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노브랜드 버거를 보게 됐는데, 새삼 노브랜드라는 브랜드가 "브랜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아주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잰말놀이인줄)
'No Brand'라는 이름으로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를 완성시켰다는게 아니;; 어떻게 누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굉장히로다가 역설적이고 아주 천재적이라는 생각을 했다.(내가 했어야 되는데)
나아가서 노브랜드는 "브랜드를 없애겠다"라는 메세지를 통해서, 기존에 화려하고 비싼 브랜드들에 지친 소비자들의 심리를 아주 정조준한 것 같다. 소비자들은 노브랜드가 '브랜드 값을 떼고 실속을 챙긴다'고 믿으면서, 노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면 '나는 똑똑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 라고 정당화하게 만들었다는게 아주 놀랍지않은가? 가성비와 혜자스러움을 상징하는 강력한 브랜드가 된 것이다.
노브랜드는 "우리는 최적화된 기획과 효율적인 유통을 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다"라고 마케팅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타 브랜드들은 비싼 마케팅 비용과 높은 유통 마진이 들어가 높은 가격으로 팔고 있다"라고 생각하게 할 것이다.
"브랜드는 상품 가격을 올리는 거품이야! 그렇지만 노브랜드 우리는 그 거품을 걷어냈어!" 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사실에 실로 감동했다.
심지어 '노란색'이라는 아이덴티티가 아주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노브랜드의 어떤 제품이던 심플하게 노란색으로 패키징을 해 그 어떤 예쁘고 화려한 브랜드 제품들보다 더 강력하게 소비자들을 훅킹하게 만들었나는게 뇌리에 박힌다.
브랜드 이름이 없다 라고 정의하며 노란색이라는 시각적인 요소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만들었다는게 하.. 참나..

미친 듯이 궁금해져서 그럼 노브랜드의 마케팅이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는지 공부를 좀 해봤다.
노브랜드는 마케팅도 성공적이지만, 실제로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구조적 원가 절감'이 뒷받침된 것이 맞다는 것이다!
허거덩...
하긴.. 생각해보면 "노브랜드는 마케팅 안 해서 싸요!"라고 하면 우리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1. 유통 마진의 압도적 삭제 (이마트의 힘)
노브랜드의 진짜 핵심은 '이마트'라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여기서 머리 쾅.. 와 진짜 바보가 된 것 같다.)
일반적인 제조업체는 상품을 만든 뒤 도매상, 대리점 등을 거쳐 소매점으로 간다. 근데 노브랜드는 이마트가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 업체에 주문(OEM/ODM)을 넣는다고 한다.
대형마트인 이마트 자체가 거대 유통망이다보니 복잡한 중간 유통 단계를 통째로 건너뛰어 버린 것 ㄷㄷ..
심지어 이마트라는 확실한 판매처가 있으니 재고 부담이 적고, 대량 주문을 통해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사실 ㄷㄷ2..
2. '상품의 표준화'와 '선택과 집중'
노브랜드의 제품을 보면 종류가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는 것. (나한텐 종류 넘나리 과분하던데..?)
예를 들어, 노브랜드 초콜릿은 종류가 몇 가지 안 된다고 한다. 대신 하나의 품목을 엄청난 양으로 찍어내는 마법. 제조사 입장에서도 라인 교체 비용이 안 들다보니 공장을 24시간 돌릴 수 있고, 단위당 생산 비용이 엄청나게 저렴해지는 것 ㄷㄷ3..
심지어 패키지를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다 똑같은 노란색으로 simple하게 간 덕분에 포장재 비용도 낮추고, 매대 진열 관리도 편해져 인건비와 물류비까지 줄어든다는 것 ㄷㄷ4..
3. 광고비 대신 '매대 점유'
노브랜드는 TV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맞음.) 대신 이마트 매장의 가장 잘 보이는 '황금 구역'을 노브랜드가 독점해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 노브랜드 제품과 마주하게 만든다. 즉, 광고비로 쓸 돈을 매대 비용으로 치환해서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전략을 쓴 것!
이게 마케팅적으론 '브랜드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마트라는 매장 자체가 가장 강력한 광고판 역할을 하는 셈 ㄷㄷ5..
4. 그럼 '마케팅 효과'는 어디서 발생하나?
'저렴하다는 심리적 인식'을 더 강화한다. 싼 이유를 "우리는 브랜드 비용을 뺐기 때문이야~"라고 설명해 주니까, 소비자들은 "아, 내가 거품 낀 가격으로 사는게 아니구나"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게 된다.(←이거 완전 나ㅋㅋ)
근데 만약 똑같이 싼 가격인데도 이름이 홈플러스의 Simplus처럼 '이마트 밸류' 예를들면, 일마트 였다면(ㅋㅋㅋㅋ) 사람들은 '기업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싼 것을 만들었다'는 냄새를 풍길 수도 있고 뭔가 싸구려 느낌이 나고 신뢰감이 안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No Brand'라는 철학 중심의 이름을 달고 나오니 '소비자의 편에 서서 불필요한 브랜드를 제거했다'는 서사를 풍기는 것! ㄷㄷ6..
나도 마찬가지로 카테고리 이름을 [黑슬빈] 이렇게 철학을 담은 이름을 선택하지 않고,
그저 단순히 '슬빈이의 일기'라고 하면 나 스스로도 보기 싫었을 듯
그래써!
노브랜드가 싸게 팔 수 있는 진짜 이유는 유통 혁신이라는 팩트에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노브랜드를 '저렴한 상품'이 아니라 '가성비 브랜드'로 믿게 된 것은 이 팩트를 갖다가 마케팅적 서사로 포장했기 때문(=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
기술(유통)이 본질을 만들고, 마케팅(언브랜딩)이 그 본질의 가치를 증폭시켰다.
와 우
박 수 갈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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